2009년 08월 30일
88만원 세대

1. 책에 대하여
이전부터 88만원 세대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고, 대강의 내용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캐나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오디오북으로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88만원 세대. 이 세대는 바로 나 자신이 속한 80년생 들의 얘기이다. 운좋게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내가 얼마나 행운아이고 감지덕지인 자리인지 감사해야 함을 강요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아버지 세대 즉 50년대생들이 가장 수혜를 많이 받은 세대라고 한다. 산업화 시대의 일꾼으로 그들은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들었고 갖가지 사회에서 필요한 직업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또한 그 이후의 세대인 60~70년대생들, 즉 386세대들은 민주화 과정의 투사로, 대학에서 공부보다는 사회에 대한 비판정신으로, 거리에서 지내다가 대학 이름값 만으로도 여러 회사에 골라갈 수 있었다. 정말 행운아들이다. 하지만 80년대생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대학에 들어와, 그야말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살고 있으며 인턴자리 하나 구하기 위해 남보다 조금이나마 더 나아 보이려 토익점수 1점 올리기에 목매단다. 이러한 무한경쟁은 대학에서부터 직장잡기, 직장에서 살아남기까지 이어져 시대의 수혜자들인 그들의 상사로 부터 말도 안되는 훈계를 들으며 근근히 비정규직이나마 연명해 살고 있다. 80년대생들의 88만원 비정규직 인생은 50-60-70년대생들의 알량한 자리지키기의 희생물이자 평생 끝나지 않을 비졍규직의 굴레이다. 50-60-70년대생들은 그들이 쉽게 사회에 진출한 행운을 평생 누리며(물론 IMF 위기때 평생직장의 꿈이 무너지기는 했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여전히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 진출자들을 착취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 88만원 세대의 얘기이다.
책에서는 또한 현재 80년대생들 중 정규직을 갖고 사회를 시작한 사람과 비정규직을 갖고 사회를 시작한 사람, 또는 아직도 구직활동의 정글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간의 격차는 점점 더 커져갈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같은 세대 내에서의 양극화를 유발하고 있으며 50-60-70년대생들이 만들어 놓은 불평등한 게임에서 평생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또 하나의 원인임을 지적하고 있다.
2. 세대간 갈등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사회발달로 다양한 군의 세대들이 한꺼번에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세대간 갈등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치지형의 변화를 급격히 가져오기도 하며 여러가지 사회 이슈에서의 이념간 갈등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갈등에 더해 80년, 90년생들의 불평등한 경쟁게임에서의 불만이 미래 사회의 큰 갈등 요소로 등장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 6.25 세대 : 자기 가족들이 북한군에 희생되고, 빨갱이라면 눈이 뒤집히는 사람들이다. 이미 노년층이 된 그들은 386세대들이 외치는 진보적 목소리와 북한과의 화해 제스쳐들이 사회의 불안을 유발하는 빨갱이 추종세력들의 못모르는 위험한 불장난들이라고 생각한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도움을 준 미국만이 우리가 가장 친하게 지내야 할 나라로 생각하며 안정적인 사회를 추구하는 보수적 정치색을 갖고 있다.
* 산업화 세대 : 어릴적의 가난과 배고픔에 대한 기억과 산업화 시대 청년으로서의 성공 스토리를 갖고 있는 세대이다. 박정희의 향수를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영-호남 갈등의 주된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베트남전 참전과 해외 건설 붐, 공돌이 공순이들의 산업 일꾼들은 이제 50대의 아버지 어머니로, 80년생들의 자식들이 진출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지니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정치성향은 지역기반이 매우 강하며 도시 생활을 하지만, 그들의 고향인 농촌에 대한 향수를 동시에 지니며 살아가고 있다.
* 386 세대 : 군사정권 시절 학생으로서 사회의 억압에 대한 강한 저항의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거리에서의 민주화 투쟁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는 세대이다.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와 경제 발전에 따라 도입된 서구 문물과 자유의 기운을 느낀 세대로, 자유에 대한 강한 끌림은 사회에 대한 저항성으로 발현되었다. 주입식 교육에 따라 암기실력으로 대학에 진학하여 대학에서 공부를 했기보다는 거리에서의 투쟁과 학우들간의 공허한 담론, 포크송 등으로 세월을 흘려보내다가, 서열화된 대학 이름으로 대기업에 골라 들어가 평생직장에 입문, IMF 경제위기를 맞아 그 꿈이 깨지고, 살아남은 자들은 경쟁 사회에서 중견 관리자 급으로 살아가고 있다. 6.25 세대들을 꼰대 보수주의자들로 매도하며 산업화 세대들에 대해서도 생각없는 박정희 향수자들로 매도한다. 또한 80년 세대들에 대해 그들의 저항성에 비추어 맥아리 없는 세대, 뭐가 그리 어렵다고 사회 진출한다고 개인플레이 하며 토익점수에 끄적이며 있고, 자신들이 어울려 놀았던 문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싸가지 없는 세대로 생각한다.
* 80년 세대 : 이제 사회초년생들인 이들은 청소년기에 IMF 경제위기를 겪어 가정의 불화를 겪었으며 연이은 카드대란, 경제 침체기를 통해 사회 진출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겪는 세대이다. 이들은 인턴 자리 하나라도 얻기 위해 옆의 동기, 후배, 선배들보다 토익, 경력, 학점에서 1점이라도 앞서려고 하며 떼거리로 놀러 다니는 386 선배들의 문화를 철없는 놈팽이 문화로 치부한다. 8시부터 시작되는 대학에서의 생활은, 상대평가로 인한 남보다 앞선 학점을 위해 모든 수업에 눈알빠지도록 참여하며, 각종 수업에서 요구하는 매일 쏟아지는 레포트와 발표, 프리젠테이션을 소화하기 위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수업외 시간을 활용하며 토익, 토플 공부를 위해 나머지는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한다. 또한 용돈에 보태쓸 아르바이트를 위해 일을 하며 가장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 2년간의 휴학을 하고, 휴학기간동안 공무원 학원에 다니며 젊음을 불태운다. 그러다가 비정규직 직장이라도 잡으려고 1년간의 외국 어학연수를 해야하며 대기업 정규직은 하늘에 별따기이고 비정규직이라도 되면 감지덕지이다. 남들에겐 졸업후 계속 공부한다며 대학원 진학이나 공무원 준비를 계속하며 백수 생활을 연명한다.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의 경제력에 기대는 불쌍한 용돈 받아 쓰는 백수일 뿐이다. 간간이 알바로 사회생활을 연명하는게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객관적 축적 지식은 80년 세대들을 다른세대들이 따라오지를 못한다. 영어+컴퓨터+상식+경제학+행정학 등 각종 공무원 시험과 대기업 시험, 각종 공인인증시험, 자격증 시험에서의 지식들을 가진 그들은 결국 알바를 하며 지낸다.
직장 내에서는 막내로, 386세대들의 집단 날라리 문화와 실력없는 중견 관리자들인 그들의 말도 안되는 훈계를 받으며 칼퇴를 꿈꾸며 자기 개발에 열심히다. 개인플레이 한다며 욕을 듣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함을 이미 알고 있는 그들이다. 386 중견 관리자들에 대해 각종 학문의 개론수준의 지식도 없고 영어 회화도 하지 못하는 실력도 없으면서 새로운 척 하는 열정만 많아서 매우 귀찮게 하는 날파리 같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집에서도 아버지 어머니 세대인 고위 관리자들의 명령과 목종에 대한 집단 문화의 순종에 대한 훈계는 깝깝하기만 하다. 이들에게 386세대들이 중심이 된 이념적 정치 갈등은 나와는 상관없는 짜증나는 말들이고, 만약 정치 이슈도 재미와 감동이 있는 무대라면 효순이 미선이 사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건과 같이 언제든지 나가서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3. 386 비판
386세대는 이제 민주화 과정의 시대처럼 그들이 새로운 진보적 힘이 아니라, 보수적 사회 중심 세력이다. 그들이 욕하는 6.25 세대의 경직적 이념 잣대처럼 그들도 민주화의 향수에 빠진 보수적 진보주의자일 뿐이다. 민주화가 이미 이루어지고 각종 민주적 선거로 사회가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개개적 목소리를 담을 통합력과 포용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실제로 일들이 추진되는 실행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여전히 거리판의 투쟁력만을 갖고 있는 무능력한 거리 운동가일 뿐이다. 산업화 시대의 산업화 예찬만큼이나 철지난 민주화 예찬은, 80년대 세대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80년 세대들의 주요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은 80년 세대들이 '실력'으로 대항해 오면 그들은 산업화 세대들에게 물려받은 '짬문화'로 새로운 세대들의 도전을 무마시킨다. 그들은 정규직의 중견관리자로 실력에 비해 터무니 없이 많은 혜택을 받고 있지만, 새로 진입한 세대들은 비정규직, 알바 등으로 돌리며 대다수의 일을 시키는 착취자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말만 나불대는 거리의 담론가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4. 80년 세대들의 도전 아직까지 80년 세대들의 가시적 도전은 '짬문화'에 의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이러한 기존 세대들의 착취적 불평등 사회게임이 계속된다면 실력에 비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80년, 90년 세대들은 본격적으로 순수 경쟁사회의 게임에 기존 세대들을 몰아갈 것이다. -> 계급장 떼고, 실력으로 맞짱 떠보자! 불합리한 구조를 여전히 양상하고 있는 386세대 및 그 이전 세대들에 대하여 새로운 세대들이 사회 흐름의 '실질'에 접근하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할 것이다. Copyright ⓒ Orrong's Editorials All Rights Reserved
# by | 2009/08/30 00:35 | Orrong's Editorial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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